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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옥 화가 - 평론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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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옥 화백이 우리그림 탐구에 남긴 뜻

박래경 (미술평론가 /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후원회장)


금년 초 갑자기 타계한 한국화가 유양옥 화백의 미술관계 자료를 3월 기증 받은 김달진 미술자료박물관은 작가와 유족 측의 깊은 마음을 헤아려 <한국화가 유양옥 선생 기증 자료전>을 개최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다시피 미술 작가를 비롯하여 미술 관계 종사자들이 일정한 필요성에 따라 수 많은 형태의 미술 자료를 끊임없이 생산해 내고 있다. 그런데 그런 자료들을 선별하여 누가 언제 왜 한 곳에 모아두게 되는 가를 생각하면 자료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에 더하여 특수 개인이 모아놓은 자료로써의 또 다른 의미와 중요성이 새로운 가치를 더하게 된다.

 

유양옥(1944.전북삼례-2012.서울) 화백은 그림 그리는 화가가 되기 전에 대학 과정에서 역사 공부를 한 바 있는 역사학도이다. 이보형, 길현모, 길현익, 차하순 교수등 쟁쟁한 역사학자들이 진을 치고 있던 서강대 역사학과를 다녔던 것이다. 그 후 한때 인사동에서 시산방을 운영하며 작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일에 종사하면서 우리 그림에 대한 애착과 더불어 현실적인 여건과 관계 상황을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의 관심은 점차 우리나라 고미술과 현대 미술, 전통의 계승과 전통의 단절과 같은 우리 그림이 맞이하게 되는 관계의 변화와 함께 역사적인 시각에서 전체를 종합적으로 보게 되는 미술 내적인 전문적 지식 영역의 심화를 경험하게 된다. 그가 말한바와 같이 “숙명처럼 우리 그림에 몰입”하게 되면서 화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고, 나아가서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서양의 그림과 관계 되는 중요 도서나 자료를 그 이전보다 더 열심히 찾고 또 모으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간 필자 스스로 그를 만나게 된 계기가 두 번 있었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독일에서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은 1960년대 중반으로 기억되는데, 누군가를 통해서 민화병풍을 구입한 일이 있었다. 민화 연구는 독일에 있을 때부터 김철순씨가 열심히 연구하는 분야로 알고 있었고, 그 쪽이 흥미롭고 궁금은 하지만 그냥 지내왔었는데 우연의 기회에 내 눈앞에 펼쳐진 그 물건이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4-5년 전의 일인데 우연히 동덕미술관 전시장에서 자신의 이름 석자를 대면서 민화병풍을 건네 준 사람이라 소개하여 수 십 년의 간격을 넘어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가 특히 수묵의 두터운 붓 터치와 함께 민화풍의 과장된 형태감과 적은 수로 한정되는 일정한 색채감이 강하게 와닿는 해하적인 화면의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따라서 그를 만날 수 있는 기회마다 듣게 되는 그의 그림에 대한 생각은 우리그림을 그리는 다른 화가에게서는 잘 들을 수 없는 주장들로 그의 열정적인 발언 속에 묻어 나온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많이 언급되는 부분이 우리미술에 있어서의 색채 문제이다. 특히 그가 ‘진채화’라고 개념 규정하는 소위 우리나라 채색화 영역이다. 기나긴 우리나라 회화의 역사에 하나의 전통으로 쌓아 온 진채화가 수 십년간의 일본화 영향과 그 다음 세대의 일본화 배제의 와중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본인의 그림에 되살리고 싶은 것은 그와 같은 진채화의 참모습을 찾아, 다름 아닌 “수묵화와 진채화가 아우르는 수묵진채화”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의 머릿속에 늘 맴돌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우리 그림이나 미술에 있어서의 색채 문제이고 그러한 색채문제를 추구하다보면 벽화, 탱화, 화원화, 민화와 같은 그림에서부터 단청, 심지어 도자기, 자수에 이르기까지 여러 매체와 자료에 의해서 공부할 꺼리가 무궁무진 해 진다는 일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 미술의 광범위한 영역에서부터 진채의 참모습을 알 수 있는 민화에 이르기까지 미술작가 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알아야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의 자연, 그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미술, 그림에 나타나고 있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라고 다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이후 세대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그의 우리미술에 대한 애정과 탐구열은 따라서 개인적인 차원의 연구에서 끝날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공감하며 이해하고 향유할만한 의미와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유양옥화백 스스로 생전에 그러한 모임을 주도하며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희망해 왔었다.

그동안 우리나라 미술자료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물적 근거와 기록물을 수집, 연구, 활용, 발표, 향유의 목적을 위해 차곡차곡 업무를 쌓아가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이번 유양옥화백의 유지를 받들어 그가 생전에 정성껏 모아 남기게 된 귀중한 자료들을 기증 받게 되는 일을 계기로 이제 더욱 가일층 박물관의 설립목표를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을 박물관 관장을 비롯한 관계자 일동과 이를 음으로 양으로 뒷받침 해 주신 여러 어른님들과 함께 유양옥화백 유족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자 하는 뜻에서 이 전시회 개최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유양옥 화백님의 경우를 필두로 앞으로 우리나라 미술문화의 발전을 위해 미술자료의 활발한 활용을 통한 풍요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기를 희망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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