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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옥 화가 - 평론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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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옥 선생의 그림세계
제 2의 생, 거침없이 그린다


‘인생 이모작’설에 고개를 끄덕이는 이가 느는 요즈음, 새삼 화가 유양옥 선생의 선견지명에 놀라게 된다. ‘인생 이모작’ 설의 요체는 이렇다. 이제 평균 수명이 팔십을 넘나드니, 오십대에 첫 번째 직업에서 정년을 맞으면 전반전이 끝난 셈치고 후반전 두 번째 일을 시작해보자는 얘기다.


스포츠 경기 전후반전 사이에도 유식 시간이 있건만, 유양옥 선생의 정열 넘치는 삶에는 쉼조차 없다.

안전하고 안락한 기득권을 버리고 위험한 미지의 세계에 자신을 몽땅 던져 넣은 그의 들끓는 의지가 우리의 ‘인생 이모작’ 모델이 될 수 있겠다. 유 선생의 일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는 걸 보여준다.

 

그가 화가로 나선 것은 나이 오십이 넘어서다. 서울 인사동에서 고미술화랑, 책방을 하다가 마흔 살 때 붓을 잡고 10년 공력을 쌓은 뒤였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스승으로 모시며 한국미를 연구한 20년 세월이 밑천이라면 밑천이었다.

유 선생은 우리 옛 그림 가운데 진채화의 전통을 파고들었다. 흑백의 수묵화가 이른바 먹물, 즉 선비의 ‘문자향 서권기’가 진동하는 그림 형식이라면 진채화는 서민들 삶에 함께 했던 화사하고 발랄한 그림이다.

 

우리 생활 속에서 건져 올린 소재, 누구나 보고 즐길 수 있는 진득한 그림을 그리는 그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젊은이 저리 가랄 에너지를 뿜어낸다.
아름다운 가게의 담벼락에 그림을 그리면서 “뜻은 무슨 뜻. 내가 즐거운데 남말이 들리겠느냐”고 거침없이 일갈하는 그의 얼굴이 복숭아 빛으로 물든다.

‘인생 이모작’에 거침없이 뛰어든 그의 삶이 그림보다 더 그림 같다.

 

정재숙(중앙선데이 문화담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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