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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옥 화가 - 평론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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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양옥선생의 토속적 그림에 대하여

오륙년 전에 도서출판 <깊은 샘>에서 유양옥 선생을 처음 만났다. 그 날 우연히 보았던 것은 유양옥 선생의 닭 그림 이었는데 매우 힘에 넘치는 화풍이 나에게 인상적이었다. 그 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선생의 그림을 여러 차례 보면서 독특한 세계를 살펴 볼 수 있게 되었다.

 

우선 유양옥 선생의 그림에서 무엇보다 강하게 풍겨 나오는 것은 한국적 토속성이다. 한국적이라는 말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유행하고 있는데, 이 한국적이라는 말에는 우리 생활의 서구화와 더불어 서구적 문화 취향이 많이 가미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금 여기서 말하는 토속성은 지난 100년 동안 우리가 애써 무시하거나 자꾸 기억에서 지우고자 했던 우리 본래의 숨결이 살아있는 고유한 원형질적인 것을 뜻한다. 우리는 그것을 일단 민화적 세계라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난  몇 년 동안 유양옥 선생의 소탈하고도 꾸밈없는 인품에 빠지게 되었는데 이분의 그림에서 내가 느끼는 토속성은 평소 지니고 있는 그러한 인간미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

 

유양옥선생의 여러 작품 중에서 호랑이, 해태, 닭, 말, 새, 강아지, 고양이, 소, 쏘가리 등의 그림들은 다른 화가들의 그림과 달리 나에게 살아 있는 인간들의 농익은 체취를 전해준다. 뿐만 아니라 나는 이 동물 그림들이 유양옥 선생의 독특한 화풍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물들이 취하는 자유분방한 자세나 대상을 바라보는 눈동자의 시선들이 때 묻지 않은 천진성을 우리에게 느끼게 만드는 것 같은 착각을 갖게 된다. 대상을 묘사하는 붓의 터치가 때로 거칠고 투박한 것은 세련되기를 거부하는 유양옥 선생의 서민적 풍모를 나타내는 것이다. 여기서 세련이란 문화적 보편성을 지향하는 어떤 노력이라고도 생각되는데 유양옥 선생은 애써 이를 거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유양옥 선생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색동저고리 같이 다채로운 색깔들도 평범한 한국인들이 지니고 있던 동심적 천진성을 보여주고 있다. 유년시절 설날을 기다리며 색동옷을 입고 싶어 하던 아이들의 마음 그대로 표현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서구예술을 추종하면서 우리의 문화예술에 덧칠된 시멘트 껍질을 벗겨내고 그 속살을 그대로 보여주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유양옥 선생의 세계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것은 서민적 해학의 미학일 것이다. 고상하고 세련된 담론이 아니라 평범한 일상인들의 살아가면서 느끼는 생활 감정을 가감 없이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우리 그림이 나아갈 바라고 유양옥 선생은 믿고 있는 것 같다. 유양옥 선생의 그림의 특징을 한 가지 더 이야기 한다면 그것은 등장인물이나 동물들이 보여주는 미소이다. 자애로우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것 같은 그 미소는 서민적이며 인간적이다. 돌미륵이나 장승들도 인간의 미소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 모두 하나의 세계를 지향하는 것 같이 느껴진다.

 

우리 화단의 대다수 화가들이 어느 일방으로 치달리면서도 독자적인 개성을 성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러한 예술적 탐구가 화가의 생명과도 같다고 나는 믿는다. 이 고독하고 어려운 작업에 쉬지 않고 도전해 나가는 유양옥 선생의 자세가 화가로서 분명한 자기 색깔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일단 경의를 표한다.
 
최근 유양옥 선생은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종전의 그림에서 분명 한 걸음 나아간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화면을 지배하는 심적 안정감과 새로운 밀도를 펼쳐 보여주는 소묘를 통해 자신의 화풍에 독자적 깊이를 불어넣고 있는데 그것은 그동안의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자기세계에 대한 각고의 탐구를 통해 획득한 내면성의 표현일 터이다. 이제 바야흐로 독자적 미학의 세계가 열리고 있다는 점에서 나는 유양옥 선생이 앞으로 더욱 생산적이고 풍요로운 성과를 거둘 것으로 확신한다.
 
최동호(시인, 고려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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